악보 연주법과 한의학

제가 미국에 이민 온지도 40년 이상이 됩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미 많이 연습을 했던 악보이지만 미국에 와서 연습이나 연주를 하면 느낌이 다르다고 합니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제가 듣기에 너무 이상한 말입니다. 같은 악보인데 뭐가 다를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악보에 충실하면 끝났는데 미국에서는 교육 방법이 틀린다고 합니다. 미국의 교육은 음악가의 시대성을 공부하고 당시의 문화, 사상 등을 가르치고 또 음악가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연애를 하는 동안 작곡을 한 것과 실연을 하고 작곡을 한 것은 감정에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이런 감정을 배우고 그런 상태로 감정에 몰입하면 음색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랍니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의학도 비슷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침술이 침술로서만 존재한다면 육신적 질병을 주로 치료하겠지만 정신적인 문제도 치료가 잘 됩니다. 신형일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신적인 문제는 공자의 인의예지신 (仁義禮智信), 맹자의 혼연지기(渾然之氣), 장자의 지대무외 지소무내 (至大無外 至小無內), 도가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주역의 일음일양지위도 계지자선야 성지자성야 (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善也 成之者性也), 황제내경의 염담허무 진기종지 정신내수 병안종래 (恬憺虛無, 眞氣從之, 精神內守, 病安從來)등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한자도 어렵고 동양철학은 더 이해가 힘듭니다. 본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악보에만 관심이 있지 그 안에 숨어있는 진실한 뜻을 알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오묘한 뜻이 조금씩 깨달음이 옵니다. 침을 하나 놓을 때도 나 스스로 무언가 다름을 느껴야 되는데 그럴 시기가 언제 올지 한의학 학문의 깊이는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 집니다.